이명랑

차라리 결석을 할까?: [텍스트] / 지은이:이명랑 - 서울: (주)비전비엔피 애플북스; 2020년07월29일. - 151 pages, 140*200*14mm

말도 안 돼!!! 하필이면 왜 오늘?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랫배에서 전해져 오는 묵직한 통증이 오늘 하루가 어떨지 생생하게 알려줬다. 왜 하필이면 오늘 생리가 터진 거냐고! 오늘은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이다. 그것도 중학교에 올라와 첫 운동장 수업! 다른 수업은 어떻게든 참아 본 다지만 체육은? 체육 선생님을 떠올리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우리 학교 체육 선생님은 완전 꽉 막힌 아저씨
다. 지난주 첫 체육 수업 시간에 “하면 된다!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을 수십 번 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뭐든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어른이랑 말해 봤자 뻔하다. 할 수 없는 이유,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뭐든 핑계일 뿐이다. 그래도 생리통이라고 말하면 봐주지 않을까?
--- p.10-11

“너희들 모두 중학교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반 친구들이 아직은 낯설 거야. 자, 그래서 이번에는 도덕수행 평가를 할게. 각자 자기 짝이랑 잘 상의해서 멋지게 만들어 보렴.” 그러니까 도덕 선생님의 말은, 이태양 이 녀석이랑 내가 한 조가 되어 수행 평가를 해야 된단 뜻이었다. 나는 이태양을 바라봤다. 이태양은 내가 무슨 말인가를 하기를 기다리며 여전히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우욱.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토할 것만 같았다.
--- pp.17~18

우리 엄마는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내 성적에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그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게 최고라면서 성적표도 잘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내가 중학생이 된다니까 엄마는 완전 딴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중학교 입학을 한 달 앞두고 엄마는 내 방 책장을 명문대 선정 세계문학, 교과서 따라잡기 등등의 책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그뿐이면 말을 안 한다. 어디에서 무슨 소릴 듣고 왔는지, 엄마는 종합학원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엄마가 내 손을 잡아끌고 간 종합학원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네 시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네 과목을 가르쳐 준다. 네 과목이니까 학원비가 비싼 건 당연하다. 그래도 엄청난 학원비를 생각하면 컥, 숨이 막힌다.
--- p. 31

여학교에 갔으면 여자들끼리만 있으니까 생리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남자애들 눈치 같은 것 볼 필요 없이 양호실에 다녀올 수도 있고, 혹시라도 남자 애들이 나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할까 봐 마음 졸이며 시간마다 생리대를 갈러 갈 필요도 없을 텐데…….

9791190147279


Анатоми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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