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벡 H. 머시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텍스트] / 저 지은이:비벡 H. 머시, 옮기니:이주영 - 서울: 한국경제신문 한경BP; 2020년07월29일. - 391 pages, 150*215*30mm

대체 외로움은 무엇일까 언뜻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복잡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고립이라고 생각하지만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필요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소속된 사람들에게서 고립되거나 버려졌거나 단절됐다고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에게는 진정한 친구, 사랑하는 사람, 공동체와의 친밀감, 신뢰, 애정이 빠져 있다.
--- p.34

극심한 고통 속에서는 그 고통이 설계된 진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외로움은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무엇,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가 부족할 때 우리에게 경고를 해주는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 중요한 기능을 처음 인식한 과학자들은 우리가(배고픔과 갈증에 반응하는 것처럼) 외로움에 반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에 굴복하는 대신 외로움의 지속 시간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줄일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 삶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054

상실의 충격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장 크기 때문에 타코츠보 증후군은 그 직후 나타날 위험이 가장 높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슬픔의 충격은 에피네프린과 다른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해 심장을 팽창시키고 심장의 펌프 기능 일부를 잃게 한다. 이로 인해 혈액이 순환하지 못하면서 폐로 역류해 호흡곤란이 일어나고 전신이 부어오른다. 타코츠보 증후군에 동반될 수 있는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은 심장마비와 비슷하다. 그런데 상실감은 왜 이런 호르몬 분비를 촉발할까?
--- p.074

정서적 통증과 육체적 통증을 기록하는 섬유는 뇌에서 포개져 있다. 감각 섬유가 가깝다는 것은 외로움, 상실감, 실망감이 신체적 타격이나 상처에 의해 야기되는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외면받는다고 느낄 때 뺨을 맞았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면당하거나 뺨을 맞을 때 fMRI를 찍는다면 뇌의 같은 영역, 즉 배측전방대상피질이 환해질 것이다.
--- p.085

영국 역사학자 페이 바운드 알베르티 등의 학자들은 밀턴 시대에 회중 사회에서 개인주의로 나아가는 문화적 변화가 나타나 외로움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알베르티 박사는 “신이 늘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결코 진정으로 혼자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적어도 1600년대까지는 말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고립을 경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를 변화시켰다. “소비자 경제의 성장, 종교의 영향 감소, 진화생물학의 인기는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를 갖는 전통적이고 가족주의적인 사회 대신 개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기여했다.”
--- p.094

수년 동안 연구자들은 외로움과 폭력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해왔다. (중략) 집단 총기 난사범부터 연쇄살인범까지 강력범죄자의 배경을 조사한 결과 외로움의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극단적 폭력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외로움에 대한 드문 반응이며 폭력은 외로움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요소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만약 외로움이 어떤 사람들을 폭력으로 이끄는 요소라면 관계가 이들을 폭력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 p.207

만약 멈춤의 힘을 잊었다면 심장이 주는 가르침을 기억하면 된다.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해 중요 기관으로 보내는 수축기와 이완되는 확장기, 이렇게 2단계로 움직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축기가 심장 활동의 중심이라고 여겨서 수축기 시간이 길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장은 이완 단계인 확장기에 관상동맥의 혈류가 증가하며 심장근육에도 산소가 공급된다. 결국 심장을 계속 뛰게 하는 것은 멈춤이다.
--- p.217

외로움이 삶에 아픈 구멍을 남길 때 고통을 마취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이용하는 유해한 행동에는 폭력, 마약, 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 섹스, 심지어 일도 공허함을 가리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임시방편들은 종종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방식으로 외로움과 연결돼 있으며 때로는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두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 p.223

윈치 박사는 거부를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노와 슬픔 등 고통의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나를 거부한 사람들이 증오 집단의 일원이거나, 그들이 실험에서 이미 연출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별 차이가 없었다. 즉, 거부가 가짜라는 것이 밝혀져도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감정적 고통을 느꼈다.

“인간은 거부를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타고나기 때문에 나를 거부한 사람들이 내가 경멸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심지어 거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가시를 뽑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거부를 당하면 상처를 입는데 상처받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사실 잘못된 행동이에요.”
--- p.328

세상에는 내가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의 관계가 있다. 그 사랑은 대부분 이전에도 있었고 바로 눈앞에서 발견한 이후로도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내게 사랑의 가장 분명한 사례는 우리 아이들이었다. 테야스는 샨티가 슬퍼할 때면 동생을 안아주고 배고파하면 먹여주며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을 때는 찾고 울 땐 위로해준다. 그는 겨우 3살이지만 친절의 제스처를 본능적으로 주저 없이 보여준다. 테야스와 샨티는 모든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모두가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상기시켜준다.


9788947546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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